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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 감나무에서 배우는 영성
2025-10-25 14:06:53
성안 관리자
조회수   27
작성일 2025-10-26
목회자 김재일목사

지금 살고 있는 사택으로 이사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사택에서 교회로 오는 골목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집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며 주변에 흔한 감나무를 많이 보고 감을 직접 따먹으면서 자랐습니다. 반면 아내는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매일 천막과 교회를 오가며 아내와 함께 감나무 아래를 지나다녔습니다. 분주하게 다니며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아내가 탄성을 지릅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가지마다 초록의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강제집행의 추운 겨울이 속히 지나가고 새롭게 회복되길 함께 기도했습니다. 시가니 흘러 감나무 아래 연노란색 꽃이 떨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어릴 적 누나들이 꽃을 주워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아내에게 이야기 해주었더니 자기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밤 알 같은 감들이 열려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내는 매일매일 감나무를 바라보며 감동하고 감나무와 자주 대화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며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또 탄성을 지릅니다. 어느샌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밝고 아름답게 감이 익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처음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감나무의 성장기를 생생히 관찰하였습니다.

어느 목사님 시의 일부분입니다. “저는 감나무를 쳐다 봅니다. 항상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어도 답답할 리 없을 존재. / 겉으로는 고요하나, 결코 멈춰 서지 않는 생명의 방식을 가진 존재. / 움직이지 않음이 퇴보가 아님을, 그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자리에서 생명의 잎을 틔우고, 때가 되면 아름다운 꽃과 귀한 열매를 맺는 활동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 빠르게만 질주하며 조급함에 길들여진 제 영혼이, 나무에게서 주님 주신 '느긋함'을 배웁니다. 기다림 속에 깃든 충만한 역동성을 말입니다.“

사랑하는 성안교회 가족 여러분, 추수감사절을 지나며 한해를 되돌아봅니다. 강제집행 후 구역 안에 남아 있던 교회들이 모두 협상을 하였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만 아무런 진전 없고 조합은 협상조차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고,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성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움직일 수도 없고, 변화도 없는 것 같은 감나무는 그렇게 평생을 그 자리에서 멈춘 듯, 게으른 듯 서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단비와 햇살을 바람과 함께 주시며 감나무를 향해 세심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열심은 오늘도 우리 성안교회를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멈춘 것 같고 더딘 것 같지만 좋으신 우리 하나님은 오늘도 성안교회를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가을의 풍성한 열매를 바라보며 감사함으로 새 일을 행하실 하나님을 기대합시다. 지금은 이곳에서 우리의 역량에 맞게 열매를 얻기까지 버티고 견디며 열심히 사역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시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열매를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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